"하느님한테 가서 혹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면 내 얘기도 전해 주기 바란다. 사람들이 젊어서 죽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하느님께 말씀드려. 정말이야. 꼭 죽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늙어서 죽어야 된다고 하느님한테 얘기해. 난 그 말을 네가 하느님께 했으면 한다. 하느님은 선량하다고들 하지만 오래오래 그런 일이 계속된 걸 보면 그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하느님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알았지?"
─<캐치-22> 중에서 주변의 20대 후반 여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저는 쿨한 척,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맞고 있습니다. 2007년의 마지막 날에는 느지막히 일어나 목욕을 하고 산책을 하고 아무도 없는 썰렁한 집에서 닭도리탕 한 그릇을 데워 먹고 <세설> 두 권을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다 읽었습니다. 술에 취해 돌아오신 어머니께 이불을 덮어드리고 그라드랑 통화하다보니 어느새 2008년. 시간의 위력과 인간 의지의 부실함을 통감한 월급쟁이에게 거창한 목표 따위 있을 리 없고(핫핫핫), 그저 하루 1밀리미터씩이라도 충실하게 진보하는 인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1년 동안 부족한 제 곁을 지켜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다들 일이든, 연애든, 돈이든, 학업이든, 바라는 것 다아 이루시고 행복하세요. ^___^)/ ![]() 쳇 베이커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재즈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뮤지션은 수없이 많지만, '청춘'의 숨결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연주자가 달리 있을까? 베이커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이 사람의 음색과 연주가 아니고는 전달할 수 없는 가슴의 상처가 있고 내면의 풍경이 있다. 그는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공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밖으로 내뿜는다. 거기에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 거의 없다. 굳이 조작할 필요도 없이 그 자신이 '매우 특별한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재즈 에세이> 을유문화사 마케팅부서로 옮긴 ㅇ선배가 <쳇 베이커, 악마가 부른 천사의 노래> 출간 기념 음반을 선물해주었다. 쇼핑백 안에는 CD 외에도 <JAZZ PEOPLE> 11월호와 노란 은행잎이 한 움큼 담겨 있었다. 우리는 세 시간 동안 막걸리를 퍼마시고 ㅂ의 약혼을 축하하며 인사동길을 돌아다녔다. 선배는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흑백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고 나와 ㅂ를 위해 셔터를 눌렀다. 아침,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가누며 CD를 올렸다. 먼저 'Dinah'가 흘러나왔고, 'Bernie's Tune'이, 이어 'My Funny Valentine'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불 속으로 다시 파고들어 눈을 감고 나의 비겁함과 선배의 등과 ㅂ의 수줍은 미소를 떠올리며, 이미 상실한 것인지 진행 중인지 앞으로 상실할 것인지 알 수 없는 청춘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1953년의 첫 리더작에 실렸던 'The Thrill Is Gone'이 다시 녹음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암울했으며 소름끼칠 만큼 짙은 감성이 드리워 있었다. 녹음이 끝난 뒤 쳇 베이커는 (그의 마지막 연인이던) 다이앤 바브라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말했다.
"아니, 그냥. 그 노래 멜로디가 그렇잖아. 꼭 우리 얘기를 하는 것 같아." ─김현준, '길 끝에는 아무도 없었다', <JAZZ PEOPLE 2007.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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