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 라이프!
1.
가끔 인간의 사고라는 건 참 귀엽다 싶어요. 얼마 전 무슨 일이 있었냐면, 길을 가다가 콧수염이 아주 멋들어진 아저씨를 봤어요. 우와 저 콧수염 끝내주는데! 하며 무심히 가던 길을 재촉했는데, 그때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연상은...

콧수염->콧수염건담->턴A건담->디아나 소렐->소렐->쥘리앙 소렐->적과 흑

그리하여 갑자기 <적과 흑>이 보고 싶어 죽을 정도로 애타는 심정이 되었지 뭡니까; 참고 가려다가 머릿속에서 문장의 파편들이 둥실둥실 떠도는 게, 오늘 이걸 읽지 않으면 아무래도 길 한복판에서 변사하겠다 싶어 눈에 띄는 헌책방에 들어가 2천원 주고 사왔습니다(이미 한 권 갖고 있는데도...-_-). 그렇게 읽는 책은 온몸의 혈관으로 쪽쪽 빨아들이는 듯 흡수가 잘 되니 이상한 일이죠. 실은 오늘도 이 글을 쓰려다가 문득 '적과 흑->스탕달->생전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함->발자크만 그의 천재성을 알아봄->발자크->고리오 영감'이라는 사슬이 만들어져서, 충동적으로 서가에서 <고리오 영감>을 뽑아 와 열심히 읽었는데, 아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아무래도 인간의 뇌리에는 특수한 기호로 단순화된 욕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재되어 있다가, 사소한 계기에 이끌려 줄줄줄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무의식의 우주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쉬르리얼리스틱한 심상들이 가득할 것 같아서 재미있어요=)

2.
하늘연못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夢十夜>가 나왔습니다. 가격은 28,000원으로 꽤 비싸지만, 800페이지나 되고 지금껏 번역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번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은 이번에야말로 책세상에서 나온 니체 전집을 모조리 사 버리겠다는 결심으로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이 책이 나온 걸 알고 대략 좌절...거기다가 동서추리문고 전종 30% 할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대체!!(버럭)

결국 별 수 없이 니체 전집은 우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2권만 사기로 하고, 하리 멀리쉬의 <천국의 발견> 1, 2권과, 이언 매큐언의 <속죄>(매큐언 소설은 방심한 사이에 죄다 절판되고 이것만 남았더군요...OTL), 레오나르도 파두라의 <마스카라>, 샤를르 쥘리에의 <누더기>와 <가을 기다림>, 소세키의 <몽십야>를 추가로 장바구니에 넣어뒀습니다. 남는 돈으로 동서추리문고 몇 권 더 사야죠. 크윽 3천원으로 7월 내내 버티고 있는데, 다음달도 이미 빈곤 라이프 확정이군요T_T
by 루리루리 | 2004/07/14 23:18 | 잡담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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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무례한코코아] 좌절지부 at 2004/07/15 20:48

제목 : 휴-_-
만약에(!) 17일과 18일 중에 하루 회사를 놀 수 있게 된다면, 시네큐브에 가서 블러디선데이를 보고 싶습니다만. ...음, 하루 전날 밤이라든지에 다음날 놀 수 있을지 없을지 알 가능성이 커서 예매도 못하겠고... 주말이라 표가 없을까봐 걱정 되네요;_; 우우. 화씨911도 봐야 할텐데. 스파이더맨 2는 대략 포기하고 있습니다... ㅠ ㅠ 아, 책 사고 싶다. 무려 나쓰메 소세키 단편집이 나왔대요. (링크는 처음 알게 된 루리루리님 이글루 포스팅) ...more

Commented by Starless at 2004/07/15 00:56
실은 최근 미학적인 관점과는 거리가 매우 멀지만 수염을 기르고있습니다(..) ..지저분해서 좀 다듬기라도 해야 할 텐데 언제 할지는 미지수. 아무튼 수염은 기르기나 면도 어느 쪽이든 간에 남자의 로망입니다.
Commented by 체셔 at 2004/07/15 01:10
소세키의 몽십야가! 사야겠군요ㅜㅜ 그리고 마스카라는 상당히 괜찮게 읽었답니다.거미여인의 키스와 웬지 비교되더라구요.
Commented by 미로 at 2004/07/15 01:39
모... 몽십야!!!!!!!! orz 털썩. 전 그거 제 1야에서부터 완전히 죽어서 완전히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답니다 ㅠ ㅠ 아이고아이고 ㅠ ㅠ
Commented by 191970 at 2004/07/15 11:11
아, 이런! 루리루리님이시군요. 다른 분 링크에서 이름보고 혹시나 했는데 맞는거 같네요.^^ 저 나인이에요. 기억하시나요?
이글루는 블로그를 만들어놓고 잘 안들어오는지라. 이제야 발견했네요.(웬지 스토커 같음.-_-)
Commented by 은율 at 2004/07/15 14:57
머릿속 링크라는 건 정말 재미있는 물건 같지요!:) 특히 잠자기 전에 연발로 떠오르는 공상이란 건, 문득 이 생각이 어디서부터 나왔지 하고 거꾸로 더듬어 가다 보면 제 엉뚱함이 너무 어이없어서 웃을 수밖에 없어요.^^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7/15 17:58
Starless님/ 꺅 수염>_< 비단 남자만의 로망이 아니라, 수염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여자의 로망이기도 해요♡ 어떠실지 되게 궁금하네요. 다음에 뵐 때까지(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깎지 마세요 히히.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7/15 18:02
체셔님/ 마스카라, 평이 좋아서 바구니에 넣어 놨는데, 체셔님이 괜찮다 하시니 더더욱 기대가 되네요=D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7/15 18:13
미로님/ 그러고 보니 미로님, 예전에 워X가이X에 몽십야 독후감 쓰신 적도 있었죠!(<-스토커) 삽시다, 사서 읽고 같이 죽읍시다. 돈이 문제입니까, 나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죽겠는데.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7/15 18:18
나인님/ 어머나, 나인님! 기억하다마다요. 홈피 폭파 이후 손님들과 연락이 두절되어, 내심으로 나인님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와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잘 지내셨죠? 인연의 끈이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튼튼하군요.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세요^____^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7/15 18:20
은율님/ 그러게 말이에요.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괴악한 생각이 나왔나 스스로도 우스울 때가 참 많아요. 그런데 똑같이 '의식의 흐름'이라도, 제임스 조이스나 마르셀 푸르스트와는 어쩜 이렇게 질적으로 다른지, 전 천상 대가들의 추종자로밖에 남을 수 없는 팔자인가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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