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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과 편견으로 선별한 루리루리 인생의 탐정 Best 10!! 최근 추리소설 얘기가 나온 김에 고무되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1위인 셜록 홈즈 외에는 무순입니다. "아니, 이 사람이 왜 빠졌지!" 싶으신 분은 망설임 없이 덧글을 달아주세요~
1. 셜록 홈즈 -굳이 코멘트를 다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 불멸의 명탐정인 셜록 홈즈입니다. 어린 시절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명탐정 홈스>와 운명적인 첫만남을 가진 이래, 많은 소설을 읽었고 많은 탐정들을 좋아했지만 지금까지도 제 심장은 베이커 가 221B번지의 하숙집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홈즈가 손에 쥐는 플라스크라든지 바이올린 활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의 식탁에 오를 수만 있다면 카벙클을 삼킨 거위가 되어도 좋...아니, 이건 아닌가. 어쨌든 사냥모자를 쓰고 파이프를 문 실루엣만 보아도 두근반 세근반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루리루리입니다. 그녀의 소망은 언젠가 'Cafe 셜로키아나'라는 이름의 추리소설 전문 카페를 차리는 것! 그리고 카페 문간에는 왓슨이라는 이름의 콜리견을...토호호♡ 2. 엘러리 퀸 -가끔은 때려주고 싶고 가끔은 키스해주고 싶은 작가 겸 탐정, 엘러리 퀸.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팔불출 아버지 리처드 퀸과 콤비를 이루었을 때 그에 대한 루리루리의 애정도가 급상승한다고 합니다. 은근한 숫티를 풍기며 자의식 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 국명 시리즈의 엘러리도, 훌쩍 성숙하여 능글능글한 포용력을 보여주는 라이츠빌 시리즈의 엘러리도 참을 수 없이 좋습니다만, 할리우드 시절의 엘러리는 거시기를 발로 차주고 싶은 기분.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잘난 체 하며 오만 경구를 주워섬기다가 일이 뜻대로 안 되면 방에 틀어박혀 삽질을 해대고, 결국 해결되면 "아버지, 보셨죠!"라는 분위기로 의기양양해하는 엘러리. (그리고 "어이구 예쁜 내새끼~"라는 분위기로 흐뭇해하시는 퀸 경감님.) 부자 콤비라 해도 리처드 퀸 경감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이런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꾸준한 지지를 보내는 바입니다. 3. 에르큘 포와로 -사실 어렸을 적 루리루리는 포와로를 싫어했더랬습니다. 왠지 좀 느끼~한게, 왁스로 굳힌 콧수염이라든지 땡글땡글한 배 같은, 지금은 귀엽게만 보이는 그의 개성이 영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한 권 두 권 읽어나갈 때마다 예전엔 몰랐던 매력이 눈에 보이더군요. 지금은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탐정입니다. 첨언하자면 루리루리는 크리스티의 또다른 명탐정인 미스 마플에 대해서는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데, '사람 좋고 예리한 노부인'이라는 설정은 좋지만 전 어째 이 할머니가 무섭더라고요. 옆집 할머니처럼 푸근한 인상으로 방글방글 웃으면서도, 사실은 내 뼛속까지 속속들이 발라내어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으윽, 섬뜩하지 않나요. 음험하고 죄 많은 루리루리 같은 인간은 감히 곁에 갈 엄두도 못낼 것 같습니다. 4. 피터 데스 브레든 윔지 경 -읽은 것은 많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인 도로시 세이어스의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입니다. 뭐랄까, 상당히 로맨틱한 느낌의 주인공인데...아무래도 해리엇 베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일편단심 때문이겠죠? 공작가의 아들이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신사다움'이 온몸에 배어 있으며, 예리한 두뇌와 부드러운 가슴을 지닌 탐정입니다. 그런고로 조금 심심한 맛도 있지만 괴짜투성이인 탐정들 속에 이렇게 순수한 인간미를 자랑하는 사람도 하나쯤 있어야죠. 보고 있으면 여자로서 해리엇 양에게 내심 부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실로 멋진 남성입니다. 5. 조제프 룰르타비유 -옛날부터 '소년 탐정'이라는 소재에 약했던 루리루리. 당연한 일이지만 <노란 방의 수수께끼>는 추리소설로서의 가치를 떠나 제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득시글대는 추리소설계에, 소년 탐정, 신문 기자, 거기다 이름까지 어여쁜 룰르타비유! 아아, 이 얼마나 상큼한 설정이란 말입니까...(황홀) 그리하여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주인공 한 사람만으로 이미 루리루리는 이 소설의 지지자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후속작이 계속 나와줬으면 했지만 <노란 방...>이후로는 전부 별로라고 해서 실망. 어쨌건 <오페라의 유령>도 그렇고, 가스통 루르는 확실히 로망이란 게 뭔지 아는 사람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의 편애지만요. 6. 맥스 캐러도스 -아, 맥스 캐러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밝히기가 민망한데...^^; 장님 탐정이라는 설정도 특이하지만, 제가 진짜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유년기의 기억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사실...사실...아동용 문고판에 나온 캐러도스의 삽화가, 미청년으로 그려져 있었거든요!(왈칵) 그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 깊숙한 곳에 보관해두고 있다가, 성장한 뒤 <명탐정은 영원하다>에 그려진 캐러도스의 올챙이눈 캐리커처를 보고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는 아픈 후일담이 있습니다. 흑흑... 어째 자기 무덤을 판 듯한 기분인데, 삽화는 별개로 쳐도 캐러도스는 꽤 매력적인 탐정입니다. 장님이지만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다른 감각들을 발달시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믿음직한 기분이 듭니다. 손가락으로 문서를 술술 읽고 화폐의 진위를 식별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겠죠. 독순술의 연마로 청각의 상실을 보완한 드루리 레인처럼, 장애를 더 이상 장애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이 명탐정의 분투에는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7. 다아시 경 -어쩐지 전 다아시 경을 생각하면 피터 윔지 경이 겹쳐 떠오릅니다. 둘 다 귀족 탐정이라는 정도밖에는 유사성이 없지만...성격도 비슷한 것 같지 않습니까? 특별히 모난 구석 없이, 명석하면서도 인간적이고, 한쪽은 충성으로, 한쪽은 사랑으로 자기 영혼의 고결성을 표출하고 있고...그런고로 다아시 경에 대해 할 말은 앞에서 피터 경에 대해 한 말과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다아시 경은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해서, 얼마간 거기에 눌리는 느낌마저도 듭니다. 물론 그것이 그의 가치를 폄하할 이유는 될 수 없지요. 오히려 튀는 설정에 무난히 녹아들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고 보는 편이 옳을 테니. 8. 필립 말로 -루리루리는 말보로적인 '남자의 우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담배 냄새 풍기는 그들의 은근한(한편으로 노골적인) 마초이즘이 싫어요. 그러면서도 하드보일드는 꽤나 좋아해서, 대쉴 해밋이나 제임스 M. 케인,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찾아 읽었습니다. 부지런히 욕을 먹는 미키 스필레인도 개인적으로는 거리낌 없는 편이었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단연 레이먼드 챈들러. 최근 북하우스판 <빅 슬립>과 <하이 윈도>로 새롭게 주목받는 분위기라 오랜 팬으로서 퍽 기쁩니다. 이 사람의 소설에는 단순히 마초이즘이나 페미니즘으로 경계를 지을 수 없는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어요. 예컨대 하루키의 말마따나 '탐색과 변질', 어떤 것을 찾아 헤맸으나 마침내 손에 들어온 그것은 변질되어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애수, 다분히 운명애적인 체념이 면면이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생은 이런 것이라며 포기하는 나약함 대신, 결말을 예상하면서도 손에 넣을 때까지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 투사로서의 측면 역시 말로의 매력이죠. 승패의 여부를 떠나, 고통을 빨아들여 이후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각오, 치열하면서도 조용한 전진. 이 시대의 고독한 기사상. 9. 프란시스 -자자, 전국의 애묘가 여러분, 기뻐하셔도 좋습니다. 드디어 여러분을 위한 명탐정을 소개할 시간이 왔습니다. 이름은 프란시스. 말러의 부활 교향곡을 즐겨 듣고, 고고학과 종교 철학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 이 총명한 고양이는 인간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도 따스한 애정과 연민을 잊지 않고, 언젠가 동물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세상을 꿈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철학자입니다. 주인을 따라 새 집으로 이사하자마자 불길한 연쇄 살묘 사건에 휩쓸린 그는 기민한 행동력과 날카로운 두뇌, 신랄한 유머 감각으로 난관을 돌파하며 진실에 접근합니다. 예전에도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처럼 고양이가 활약하는 소설은 있었지만, 이처럼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은 전무후무하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 아키프 피린치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이 소설, <펠리데>로 인간 따위 저급한 종족은 감히 따를 수도 없는 고양이 세계의 심오함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10. 제르베즈 방 티앙 -의외인가요? 하지만 '말로센 시리즈'도 일단은 추리소설로 분류 가능한 걸요. 더구나 거침없는 대활약으로 창녀들의 목숨을 구해내는 수녀 경찰 제르베즈를 빼놓고서 어떻게 피비린내나는 벨빌의 역사를 논하겠어요. 베트남 혼혈인 형사 아버지와 코르시카인 창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 아가씨는 그녀의 성스러운 후광으로 거친 형사들은 물론 창녀들과 뚜쟁이들까지 감화시켜 명실공히 벨빌의 성녀로 추앙받는 몸이랍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몸에 아름다운 문신을 새겨줌으로써 어떤 설교보다도 가깝게 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이 놀라운 수녀는 무려 법학사 학위증을 소지한 경찰이기도 하죠. 그녀는 '흰 천사'라 불리는 두 형사 티튀스와 실리스트리, '검은 천사'라 불리는 페스카토르의 뚜쟁이 집단(통칭 '제르베즈의 성당 기사단')의 수호를 받으며 창녀 연쇄 토막 살해 사건 속으로 뛰어듭니다. 갖은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혼신을 던지는 그녀의 노력은 또다시 희생양으로 몰릴 위기에 놓인 우리의 주인공 뱅자맹 말로센에게도 구원으로 다가오는데... 이상 지극히 루리루리적인 '내 마음의 명탐정 10人'이었습니다. 그나저나-본문과는 관계 없는 얘기지만-어제 머리도 아프고 글도 안 써지고 해서 모처럼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세 권을 한꺼번에 다시 읽었거든요. <죽은 자의 어리석음>과 <메소포타미아의 살인>과 <백주의 악마>. 재미나게 잘 읽은 뒤 얻은 교훈은 역시 사람은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착하게 살아도 죽을 사람은 어차피 죽게 되어 있지만, 그래도 가뜩이나 살해된 것도 억울한데 주위 사람들한테 이러쿵저러쿵 뒷소리 듣는 건 싫어요T_T 예컨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만 봐도,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라는 포와로 씨의 질문에 우아했어요-예뻤지요-음란했어요-지배욕의 화신이었어요-정말 짜증나는 여자였어요 등등 수많은 뒷공론이 쏟아지잖아요. 죽음은 죽음으로 받아들인다 쳐도 타인의 입을 통해 내 해골에 너덜너덜한 살이 덧붙여져서 뒤틀린 총체상이 떠오르는 건 끔찍해요. 이미 죽었으니 저승에서 항변할 수도 없는 일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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