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샤 신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다시 옛 홈피의 재탕백업. 시리즈 계획도 있었던 인도 신화 소개 페이지입니다. 비록 홈피가 날아가면서 뜻을 접긴 했지만, 원고만 끝나면 계정을 사서 아예 본격적인 인도 신화 사이트를 만들 생각입니다.

...라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나~ (<-자기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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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르포!

<가네샤 신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사진 1) 만악의 원흉인 시바 일가

옛날 옛날, 히말라야의 카일라사라는 동네에, 단란한 일가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은 시바, 어머니의 이름은 파르바티, 장남의 이름은 스칸다 카르티케야였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은 파괴신이었고 어머니는 가정 주부(폭주하면 버서커), 아들은 전쟁신이었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오손도손 화목하게 지냈지만, 아버지가 툭하면 요가를 한답시고 사라지고 아들은 허구헌날 전쟁에 끌려가는 바람에 어머니는 은근히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파르바티는 목욕을 하기로 하고 시바의 충복인 난디를 불러 "그 누구도 안에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난디는 속으로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파르바티 몸매 감상 하겠다고 카일라사로 잠입하는 놈이 있을까'하고 생각했지만, 한 성깔 하는 여신을 거스르기 두려워 보초를 서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2) 난디에게 보초를 명하는 파르바티

그때 오랜만에 요가를 마치고 어슬렁어슬렁 돌아온 시바가 난디 앞에 나타났습니다. 난디는 파르바티의 명을 기억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남편인데 뭐 어떠랴 싶어 시바를 들여보냈습니다. 목욕을 마친 파르바티는 이 사실을 알고 분개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난디를 함부로 탓할 수도 없어, 자신의 하녀를 불러놓고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며 신세 타령을 시작했습니다. 집안 권력은 마누라가 잡아야 하는 법인데, 이 집에는 뼛속까지 남편 편인 놈들밖에 없다...자식새끼라고 하나 있는 놈은 맨날 전장으로만 나돈다...그렇다고 남편이 밤일을 잘해주느냐, 그것도 아니고 요가 한답시고 집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남들 서방은 하룻밤에도 다섯 번은 해준다는데...내 신세가 서글프다...운운.


사진 3) 괜히 하녀에게 신세타령하는 파르바티

그러자 향단이처럼 입싸고 눈치빠른 하녀는 "이 기회에 마님의 힘으로 아들을 하나 만드시는 것이 어떨까요"라며 파르바티를 꼬드겼습니다. 파르바티가 곰곰 생각해 보건대, 저 멀리 그리스의 헤라인지 뭔지 하는 여신도 자기 힘으로 헤파이토스를 낳은 터이니, 나라고 못할 것이 뭐 있냐 싶어 아들내미 제조에 착수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런 일은 남편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파르바티는 자기 손으로 직접 소년의 형상을 빚어,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그 원재료는 무려 여신님의 때...라는 설이 있습니다(-_-).


사진 4) 야훼는 흙으로 아담을 빚고, 파르바티는 때로 아들을 빚는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소년은 그야말로 골수까지 마마보이였습니다. 뿌듯해진 파르바티는 어디 이번에는 어떠랴 싶어, 다시 목욕을 하러 가면서 예전 난디에게 했던 명령을 그대로 아들에게 내렸습니다.


사진 5) "엄마가 시킨대로 잘 할 거지?" "네, 엄마."

모친존명의 정신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가네샤는 카일라사의 입구에 떡 버티어 섰습니다. 그때 하필 배드한 타이밍으로 다시 시바 신이 나타났습니다.


사진 6) 이것이 바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집안일도 제대로 안 챙기는 주제에 생각날 때만 마나님을 찾아오는 불량 가장 시바는, 문앞에 지켜선 뉴 페이스를 보고 의아해 했습니다. 비키라고 명령했지만 이놈의 자식이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덤벼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쪼꼬만한 게 의외로 만만치 않게 개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허허 웃으며 넘어가려고 했던 시바지만, 꼬맹이가 자꾸 지랄맞게 덤벼들자 마침내 뚜껑이 열리고 말았습니다(속 좁기로는 마누라와 매한가지였던 것입니다). 그는 이 시건방진 아이에게 점잖게 어른 공경의 교훈을 가르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 7) 댕강

...이렇게 해주었습니다.

자, 이제 큰일났습니다. 사태를 알게 된 여신은 노발대발했습니다. 금쪽같은 아들내미를, 내 몸에서 나온(틀린 말은 아니죠) 귀여운 새끼를 누가 감히 죽인단 말입니까. 성질 같아서는 남편이고 뭐고 다리몽뎅이를 분질러 주고 싶지만, 상대는 파괴신이자 트리무르티(삼신일체) 중 하나인 시바 루드라. 아무리 파르바티라 해도 남편에게 함부로 손찌검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사진 8) 나 부르노라 파열의 자매

그녀는 북받치는 분통을 신들에게 풀어 버리기 위해, 자신의 악마적 측면인 칼리와 두르가를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신들은 다시 천 마리의 악귀들을 불러내 신계를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집안 싸움에 휘말려든 신들은 경악했습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불려다니기 바쁜 창조신 브라흐마는 진상을 알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어쨌든 시바 집안의 일이므로 예의를 갖추어 카일라사로 찾아갔습니다. 그는 시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파르바티의 노여움을 달래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진 9)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악귀들이 내린다

멋쩍어진 시바는 "그놈의 애새끼가 제대로 설명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냐"운운하면서, 죽은 아이의 목에 붙일 머리를 찾아오라고 난디를 보냈습니다. 난디는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코끼리를 시바에게 데려갔습니다. (하필 그 코끼리는 인드라가 애지중지하는 바하나聖獸 아이라바타였습니다-_-) 시바는 코끼리의 머리를 잘라 아이의 목에 얹었습니다.


사진 10) 물론 인드라는 감히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아이는 부활했고, 파르바티의 노여움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시바는 아이에게 가네샤(지배자)라는 이름을 선사하고 수행원들의 장으로 삼았습니다. 신들은 다시 돌아온 평화를 기뻐......하는 척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 신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사진 11) 입으로는 웃고 등으로는 우는 신들

이것이 바로 군중의 지배자, 수행원들의 장, 부와 지혜의 신 가네샤 가나파티의 탄생 비화입니다. 그대는 이제 덕 있는 자에게 행복을 듬뿍 가져다 주시는 분, 지고의 주이신 시바와 그 일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성스러운 이야기를 암송하거나 듣는 자는 누구든지 완전한 행복을 누리며 궁극 목표에 도달합니다.

오움(AUM)-평온, 평온, 평온.


특별부록! 가네샤님의 뇌쇄적인 자태!
신청자에 한해서 대형 브로마이드로 제작해 드립니다.
 

by 루리루리 | 2004/05/30 22:19 | 기타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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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j at 2004/05/31 09:53
다시 봐도 너무 재밌어요T_T
Commented by Starless at 2004/05/31 15:08
동감 T.T
Commented by miranda at 2004/05/31 15:14
다시 보게 되어 기뻐요^^ 얼마 전에 이거룡 선생님께 인도 이야기를 조금 들었는데 그 중 가네샤 이야기도 있어 문득 이 글 생각이 났었거든요. 헤헤.
Commented by 티라미스 at 2004/05/31 15:43
...저도 대형 브로마이드로 제작해 주세요T.T
그보다, 몰래 이글루스에 집을 짓고 계셨다니! 기쁘잖습니까 하하하.

딴얘기지만, 오늘 우연찮게 로스 맥도널드의 <소름The Chill>을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읽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펜 팬들이 한번쯤 읽고 싶어하는 그 소설!!
번역판이 나와주어 다행이에요ㅠㅠ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5/31 21:24
ej님, Starless님/ 감사합니다^^ 사실 재탕했다고 야단맞을까봐 걱정했거든요 히히.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5/31 21:49
알렙님/ 와앗 부럽습니다! 이거룡 선생님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_< 얼마 전에도 아카필로 과월호에서 이거룡 선생님의 글을 무척 즐겁게 읽었거든요. 저도 배낭 하나 짊어지고 인도로 날아가서 "당신들의 철학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어요.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4/05/31 22:08
티라미스님/ 옷, 신청하시는 겁니까! 참으로 현명하신 선택이옵니다. 지금 신청하시는 분께는 특별부록 증정!

http://starless.pe.kr/ruriruri/ganesh15.jpg

문간에 붙이면 복이 들고, 자동차 앞유리에 붙이면 사고가 안 나고, 잘라서 코팅하면 책갈피로도 쓸 수 있는 전천후 SD 가네샤님 수호부! 이 기회에 장만하시면 대대손손 가세번창 부귀영화!

그나저나...로스 맥도날드의 소설이 세 권이나 나왔다고 기뻐 날뛰기만 했지 <소름>이 The Chill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영작능력 빵점) 전 오펜팬 자격이 없나봐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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