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하간 천사님의 온화한 충고에 '그러쿠나...무서운 날이 와 버렸꾸나'하고 생각한 루리루리는 벌렁 드러누워 조금 더 자려고 했지만, 그놈의 책! 주문한 책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 데다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귀한 책들이 어떤 악랄한 사람의 손에 팔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대충 상태를 가늠해 보니 머리가 좀 무겁긴 해도 수면부족이라 생각하면 안 될 것도 없을 듯했고, 아랫배가 따끔따끔하긴 했지만 위험 수치는 아니었고...오케이. 스스로를 납득시킨 루리루리는 식욕도 없는데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곧장 세수만 하고 왕복 네 시간의 대장정에 나섰습니다. 갈 때는 비교적 문제가 없었어요. 전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외대 앞이더군요. 심호흡을 하고 내리는데 눈앞이 핑 돌면서 그때부터 상태가 이상한 겁니다.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날 순 없어! 하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골목을 돌아돌아 비탈길을 올라, 신고서점으로. ![]() 고른 책들과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들을 합쳐서 계산하려는데...어라어라, 아줌마, 이거 주문했던 것보다 많은데요? 잘 보니 예전에 주문했다 취소한 것을 그냥 합쳐서 들고 오셨더라구요. 아니 이러심 안 되는데...이거 예산 엄청 초관데...하며 빼달라고 부탁하려다가 막상 눈앞에 두니 또 마음이 약해짐T_T 그래 어차피 죽어도 책에 깔려 죽는 것이 소원 아니었더냐 하고 자포자기하여 그냥 합쳐서 계산해 버렸습니다. ![]() 오버했다... 지난번 절판본 탐방 때 쓴 돈도 만만치 않아, 간신히 밥값과 화장품값(그것도 아까워 미샤에서 3,300원짜리로 사려고 했는데) 정도만 남겨둔 참인데, 이걸로 한달간 아이크림과는 또다시 사요나라야 하고 흑흑 울면서 스물여덟 권을 가방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권수로는 지난번과 똑같지만 몸 상태가 상태여서 그런지 걸머지는 순간 허리가 뚝 부러질 것 같두만요; 어머니~이번에는 위험할지도 몰라요 하는 심정으로 어떻게 간신히 전철을 탔습니다. 평일 오전인데 인천행 승객이 왜 그리 많은지, 너무 무거워 짐을 선반에 얹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그러길 한 시간. 기다려도 기다려도 자리는 나지 않고, 빈속에 수면부족이 겹친 데다 슬슬 아랫배가 쑤셔오기 시작하고, 오싹오싹 소름이 끼치면서 등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나중에는 어지러워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겠기에 결국 온수에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화장실에서 신나게 토한 다음 수돗물 벌컥벌컥 마시고 멍하니 역 안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기운 차리고 다시 승차.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제물포로. 내려서 그 짐을 짊어지고 다시 십오 분의 도보... 아니 정말, 책쇼핑 도중 요단강 너머에서 손을 흔드시는 할아버지를 뵌 것은 어제가 처음이었다니까요.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꼼짝도 않고 저녁까지 잤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비로소 전리품 정리.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이상 스물일곱 권. (또 한 권이 있긴 한데 그건 이벤트용이라 나중에 공개하겠습니다) 덕분에 얻은 피로로 오늘은 꼼짝도 못하고 하루종일 혼수상태에서 앓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찌나 바보스러운지, 한동안은 있는 책이나 읽으며 자중해야지...라고 다짐해도 자신이 없네요^^; 대개 소설류라 금방금방 읽는 편이어서, 지난번 절판본 탐방 때 사온 책들도 반 이상 읽었고, 오늘 사온 것들까지 다 읽어 버리면 또 언제 가방 짊어지고 떠날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이라, 화장품은 다 떨어져 올리브유라도 발라야 할 지경이고, 맛있는 거 먹어본 지도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한때는 있는 돈 다 화장품과 옷에 투자하던 시절도 있었거든요. 그 시절만 해도 피부는 매끌매끌 탱탱, 하관도 멀쑥해서 어디 돌아다녀도 부끄럽지는 않았는데... ![]() 지금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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