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셜로키언 마거릿 노리스의 팬픽션(웃음) 'A Case of Identities'의 번역본입니다. 1969년 출간된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EQMM)>의 열세번째 앤솔로지 <미니 미스터리>에 수록된 글인데,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존 딕슨 카의 '파라돌의 비밀 주머니 사건', 로건 클렌더닝의 '아담과 이브 실종사건', 스티븐 리콕의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탐정 이야기, 또는 머리카락 한 올에 의한 운명의 갈림길, 또는 초단편 살인 미스터리' 등 총 네 편의 셜록 홈즈 패러디가 실려 있습니다. 본래
아무튼 이 마거릿 노리스의 글은 홈즈의 팬, 특히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 분이라면 열광하실 만한 물건이라 생각해서 올립니다. 요즘 루리루리는 여기서 뻗어나온 망상들로 한참 버닝중이어요>_< ---------------------------------------------------------------------------------------------------------------------------------------------------------------------------- 'A Case of Identities' -마거릿 노리스- 이른봄에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황홀할 만큼 멋진 아침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연은 오는 봄을 시샘하듯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휘몰아쳤기 때문에, 아무리 위세좋은 사람도 두툼한 코트와 머플러로 무장하지 않고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망설여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하늘이 파랗고, 공기는 따뜻하고 맑았다. 나는 이것을 더없는 길조라고 생각했다. 분수 주위에서는 아이들이 한 덩치 큰 경찰관의 자애로운 시선을 받으며 떼지어 놀고, 나는 벤치에 앉아 기대와 흥분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셜록 홈즈가 또다시 내 생활의 일부가 되려 하고 있다. 이 일이 일어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가! 내가 다소 걱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부터 나는 옛 친구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소한 단서로 미루어 보아, 그의 남다른 지성이 이 세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것이 일간지에 광고를 싣는 것이었다. "S.H.에게. '연맹'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면 부디 연락 바람, 왓슨." 그리고 내 사서함 번호를 적어 두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깨닫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런 호소가 그로 하여금 나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만들 거라고 굳게 믿었다. 결국 나는 기다리던 답장을 받았고, 지금 그는 분수에서 세번째 벤치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 이리로 오고 있을 터였다. 나는 그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많이 변했을 거라고 예상했다. 마음 같아서는 일부러 떨어진 곳에 앉아서, 그가 나를 발견하기 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매사에 공정을 기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약속된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가 처음부터 내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의학서적까지 한 권 들고 있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심심풀이로 옆에 있는 콜리에게 이따금 말을 걸었다. 내가 최근에 반려로 삼은 이 커다란 개는 참을성 있게 벤치 옆에 엎드려, 경찰관 주위를 뛰어다니고 있는 아이들과 우리가 기다리는 사람이 이제 곧 나타날 샛길 저편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다. 또한 우리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 컸을 텐데도, 눈에 띌 만큼 망설이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의 겉모습에 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실망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그는 육체적으로 과거의 그와는 정반대였다. 우스꽝스러울 만큼 키가 크고, 의젓하지 못하고, 사과처럼 볼이 붉고, 게다가 몹시 뚱뚱했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나이가 이상할 만큼 젊고, 걸음걸이에는 옛날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공격성이 드러나 있다는 점이었다. 다가오는 그를 지켜보면서, 나는 저런 볼품없는 몸 속에 갇힌 비범한 두뇌가 느끼고 있을 굴욕감을 생각하고, 마치 내 일처럼 신음했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내 얼굴을 살피면서 다가왔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내 옛 친구인 왓슨입니까?" 하고 그가 말했다. "'환생'은 우리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것 같군요." 나는 인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당신과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홈즈 씨." 우리는 손을 맞잡았다. 그가 말했다. "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았을 때, 사실은 나도 어떻게 하면 자네를 찾아낼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던 참이었지.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네. 내가 날마다 신문을 샅샅이 읽는 습관이 있는 것을 자네가 기억해 주어서 다행이었어." "우리가 함께 지냈던 시절, 당신이 줄곧 신문에 코를 들이박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기억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요." 그는 쿡쿡 웃었다. "아아, 왓슨. 자네의 유머 감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군. 아까 자네를 처음 보았을 때, 유머 감각이 없어진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네." "나는 당신을 보았을 때 한바탕 웃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눈 속에는 옛날의 지성이 번득이고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고, 당신이 전과 똑같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의 징후를 생각하면, 당신이 옛날만큼 위험하지 않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위험이라고? 그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쓰기에는 좀 이상한 말이 아닌가?" 나는 과감하게 공세를 취하기로 했다. "천만에요. 어떻습니까, 이제 슬슬 가면을 벗어던지고 전과 똑같은 입장에서 대결하는 게? 당신은 나한테 위험한 존재고, 나도 당신한테 위험한 존재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모리아티 교수?"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놀랍군, 왓슨. 농담을 할 작정이라면..." "절대로 농담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왓슨이 아닙니다. 아직도 진상을 깨닫지 못했습니까? 나는 홈즈입니다." "그렇군. 역시 그런가?" 그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 "당연히 예상했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자네 광고가 너무나 교묘하게 왓슨을 위장하고 있어서 그만 걸러들고 말았지. 내가 너무 안이하게 결론을 낸 모양이군. 그 잘난 체하는 의사 녀석한테 접근해서 녀석의 신뢰만 얻으면, 머지않아 녀석을 발판으로 삼아서 자네한테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자네는 틀림없이 왓슨 녀석을 찾고 있을 테니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자네 계획이었겠지?" "그래요. 나는 당신을 찾아낼 필요가 있었지요. 당신의 방대한 범죄조직은 최근에 방약무인한 활동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그래서 우리가 모든 범죄조직의 꼬리를 잡아 쳐부술 때까지 어떻게든 당신의 움직임을 봉쇄해둘 필요가 있었죠. 당신을 찾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시간이 중요한 과제였어요. 그래서 나는 거짓 광고에 의존하기로 했는데, 그게 멋지게 성공한 것 같군요." 나는 두 손을 맞비볐다.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게 왜 자네한테 이익이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 자네는 나한테 불리한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아. 갖고 있다면 벌써 그걸 사용했을 테니까. 그리고 이렇게 얼굴을 맞댄 이상, 자네가 나를 찾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자네를 쉽게 찾아낼 수 있어. 자네가 변장하지만 않았다면..." 그는 몸을 내밀고 나를 말똥말똥 들여다보았다. "아니, 아무리 자네가 변장의 명수라 해도, 변장을 이렇게 잘할 수는 없어. 그리고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거북하지만, 지금의 자네 모습은 나한테 어떤 위협도 주지 않아!" 그는 말 끝에 킬킬 웃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서 있는 동안에도 당신은 최대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아무리 놀려도 신경을 곤두세우면 안된다고 나는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나는 현재의 내 상태를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부끄럽기는커녕, 여기에는 몇 가지 명백한 이점이 있었다. 그는 좀 놀란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권총을 가진 놈들을 잠복시켜두기라도 했나? 하지만 홈즈, 그건 자네가 평소에 부르짖는 페어 플레이 정신과는 걸맞지 않아. 안 그래?" "당신한테 폭력을 휘두를 생각은 없어요. 그래도 역시 당신은 절박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답니다. 이건 공정한 경고로서 말하는 거예요." 그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는데, 그런 경고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는 나를 놀리고 있을 뿐이야. 짜증을 내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렇게 간단히 떠날 수는 없다는 걸 이제 곧 아실 겁니다." 그는 성큼 다가와서 나를 노려보았다. "떠날 수 없다고? 그건 또 무엇 때문인지 말해 주겠나?" "당신 자신이 그걸 방해하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호기심과 당신의 성격이...내가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를 알아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요." "호오, 그래? 그럼 자네는 도대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지?" 그는 갑자기 흥분했다. 사과 같은 볼이 검붉은 색으로 물들고, 통통한 손이 내 팔을 움켜잡았다. 그가 나를 마구 흔들었기 때문에, 나는 고통스러워서 비명을 질렀다. "자, 어서 말해. 도대체 무슨 꿍꿍이 수작을 준비하고 있는지. 이...이 못된 '년'아!" 그 순간, 아이들과 놀고 있던 덩치큰 경찰관이 불과 세 걸음만에 달려와서 모리아티 교수의 뒷덜미를 홱 낚아챘다. 금방이라도 교수의 다리에 엄니를 박아넣으려 하고 있던 나의 콜리는 으르렁거리면서 얌전해졌다. 나는 쿡쿡 웃었다. "바로 지금 한 것처럼 할 작정이었지요. 당신이 현재의 내가 여성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대낮에 목격자들이 많은 공원에서 나를 공격하게 하는 거죠. 당신은 그만 본성을 드러내서, 법의 손에 붙잡힌 거예요. 이제 당신도 끝장이에요!" 그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면서 계속 발버둥을 치고, 꿈쩍도 하지 않는 경찰관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기억해둬! 언젠가는 반드시 복수해줄 테니까, 홈즈!" "기억해 두죠.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은 내가 제출한 증거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해질 겁니다. 우리가 당신 조직을 궤멸시킬 때까지,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당신을 처박아두는 거죠. 그럼 연행하세요." 당당한 법률 대리인이 떠나려 할 때, 나는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교수한테 너무 상냥하게 굴지 말아요, 레스트레이드 씨!" 경찰관은 싱긋 웃고, 모자챙에 손을 댔다. "예, 알았습니다. 홈즈 양." 나는 허리를 굽혀 충실한 콜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또 단둘이 남았군. 자네가 그놈의 다리를 물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어, 왓슨. 또다시 옛날처럼 자네 우정을 믿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물론 때로는 자네가 개로 환생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필경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느니 뭐니 하는 말도 있고...그 딱한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말단 경찰관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죄를 보상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래도 나는 자주 이런 생각을 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여자로 환생하는 가혹한 벌을 받았을까 하고..." 우리는 함께 천천히 공원을 나왔다. ---------------------------------------------------------------------------------------------------------------------------------------------------------------------------- 그렇습니다, '미스' 홈즈인 것입니다!! 아리땁고 도도하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 미스 홈즈! 그리고 물불 가리지 않고 오직 그녀만을 따르는 충견 왓슨! 말단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늘 불평 불만에 가득차 있지만, 여자로 환생한 홈즈의 묘한 매력에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청년 레스트레이드! 미스 홈즈의 자상한 '오빠'이자 종종 힘을 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배후에서 실력 행사도 하는 마이크로프트! 아아 좋습니다 좋아요T_T 여기에 '여자다운 꾸밈새 따위는 모른다'는 고집불통 홈즈를 우격다짐으로 단장해 주기도 하고, 특유의 통찰력으로 조언도 해 주고, 연상의 여인으로서 상담역을 자처하기도 하는 고혹적인 마담 역으로는 아이린 애들러 이상 가는 캐릭터가 없군요. 모리아티의 부하들도 대거 환생, 이야기는 바야흐로 아리따운 여탐정 홈즈를 둘러싼 국제적인 범죄극으로...하아하아; 정말이지 어느 나라나 팬의 심정이란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웃음) |
카테고리
이글루 파인더
최근 등록된 덧글
오랜만에 덧글 남깁니다...
by 당근 at 08/19 노르웨이의 숲 영화는 잘 .. by 나르실 at 08/04 한길세계문학 시리즈 목차.. by EREBUS at 07/11 주신 슌킨쇼는 정말 좋았.. by 치이나 at 07/04 아아 하긴...크게 흥행은.. by 루리루리 at 07/04 영화가 개봉해서 그런 거 .. by 치이나 at 07/04 Starless님/ 네...게임.. by 루리루리 at 07/04 코즈믹 환타지! 와와와~ by 나르실 at 06/28 저 시기에 나온 SF모험.. by Starless at 06/28 시절이 하수상하여 (실은 .. by 나르실 at 06/05 최근 등록된 트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