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젊은 작가, 아오야마 나나에

2007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로 1983년생 아오야마 나나에가 결정되었을 때만 해도, 저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쿠타가와 상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되었고, '대형 신인', '기대의 유망주'란 평도 으레 붙는 수식어려니 했거든요. 그래서 그 이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내던 중 얼마 전 우연히 <분게이>(文藝)지 봄호에서 아오야마의 작품을 접했습니다. <다정한 한숨>이라는 제목의, 단편이라기엔 길고 중편이라기엔 짧은 소설이었는데, 다 읽은 뒤 저는 홀딱 반해 버렸습니다. 작품은 물론 아오야마 나나에라는 여성에게도요.

<다정한 한숨>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소심한 귀차니스트인 마도카는 주변 사람들과 얽히는 게 싫어 회사에서도 사무적인 인간 관계를 유지할 뿐, 누군가와 점심을 먹는 일도, 회식 자리에 나가는 일도 없습니다. 친구도 없고 업무 외의 약속도 없어 회사와 집을 시계추처럼 오갈 따름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판에 박은 듯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의 눈앞에 4년 전 가출한 뒤 소식이 없던 남동생 후우타가 불쑥 나타납니다. 후우타는 마도카를 졸라 당분간 그녀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하고 수다를 떨면서 무료한 일상에 조금 다른 빛을 입힙니다. 마도카의 집에 온 첫날부터 후우타는 이상한 습관을 보입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꼬치꼬치 캐묻고 공책에 시시콜콜하게 기록하는 것입니다. 공책을 읽은 마도카는 일상의 단조로움에 스스로도 충격을 받고, 부끄러운 나머지 거짓말로 하루를 치장해 보지만 자괴감만 깊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도카는 동생에게서 대학 시절 친구 미도리를 소개 받습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후우타에게만은 웃는 얼굴을 보이는 그. 미도리에게 왠지 모를 매력을 느낀 마도카는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그에게 조금씩 다가섭니다. 미도리도 굳이 마도카를 거부하지 않고, 마침내 두 사람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에 이릅니다. 그 사실을 안 후우타는 마도카가 껍질을 깬 것에 기뻐하고, 마도카 역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예전과 다름없이 냉정한 미도리. 초조해진 마도카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은...

작은 작품이지만 제가 감탄한 것은 젊은 작가의 초기작에서 보기 쉬운 허영이나 에고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아가씨는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잘 알고 통제하는 침착함과 여유를 지녔습니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인물의 감정을 맑은 어조로 그려 냅니다. 기성 작가에게는 없는 투명함이 있고, 신인 작가에게는 없는 절제가 있습니다. 무리해서 치장하려 들지 않고 이따금 유머를 섞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읽노라면 작중 인물들은 물론 작가의 인간미에도 마음이 끌리는데, 분명 글처럼 소탈한 사람일 듯합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만난다면 금세 친구가 될 것 같아요.

아직까지 대단한 드라마의 재능이나 문장력은 보이지 않지만, 꾸준히 세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한다면 20년 뒤에는 상당한 위치에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야마자키 나오코라, 엔조 도우, 하라 게이스케 등 70~80년대에 태어난 젊은 작가들의 최신작을 많이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장래가 기대됩니다. 출판사인 가와데쇼보에서도 힘껏 밀어 주고 있다고 하니 아오야마 씨, 힘내세요. 열심히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by 루리루리 | 2008/03/18 23:09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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