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살아, 아가
배스킨라빈스 여우꼬리 모자를 착용하신 비비 님

느닷없이 터진 플래시에 심기가 몹시 상하신 듯


신종 정신질환 ‘애견사망 증후군’

간호사인 친구 O양이 생각나네요. 10년 넘게 키우던 치와와 '재롱이'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O양은 슬픔에 잠겨 한동안 눈물로 날을 보냈답니다. 그러다 얼마 뒤 사촌동생이 태어나자 재롱이의 환생이 틀림없다고 주장하여 이모부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정작 아기 어머니인 이모는 "그럴지도 몰라"라며 납득)

개를 키우지 않는 제 친구들은 두고두고 그 일로 O양을 놀립니다만, 저는 웃는 한편으로 뭉클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두 마리 개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다가오는 이별의 예감에 덜덜 떠는 사람이라서요.

엄마인 비비는 2008년이면 여섯 살, 아들 몽이는 네 살입니다. 걱정하기에는 이르지만 개의 수명을 생각하면 그리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가끔 실컷 뛰어놀고 돌아온 개들의 발랑발랑 뛰는 심장을 손바닥에 느끼며 앞으로 15년 더 활기차게 뛰어라, 하고 기도해요. 그리고 그때쯤이면 저도 성숙해져서 죽음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했던 시간에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괴로운 일을 많이 겪은 저희 가족에게 두 마리 개는 정말 큰 힘을 주었거든요.

1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에서 나온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의 저자 리디아 히비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입니다. 사실 동물의 과거를 척척 알아낸다든가, 죽은 동물의 혼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이 심히 수상쩍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만, 많은 반려동물이 죽기 전 주인이 준 행복에 감사하며 눈을 감는다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더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콸콸...실제로 주변에는 쇠약해진 개나 고양이가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품에 뛰어들어 죽은 예도 몇 있어요. 나중에 비비와 몽이도 마지막 순간에는 제 품에 꼬옥 안겨, 솜털 보송보송하던 아기 때와 똑같이 천진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희망기간인 15년 뒤면 제 나이가...끄악)

그러기 위해서는 곁에 있을 때 원없이 잔뜩 사랑할 것, 열심히 놀아줄 것. 그런데 게으른 언니는 오늘도 한낮에나 눈을 뜨고 뒹굴거리다가 산책 한번 못 시켜줬네요. 미안해~
by 루리루리 | 2007/12/26 19:55 | 잡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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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暗雲姬 at 2007/12/27 12:09
체중관리와 치아관리를 잘 해주세요.
오래 사는 멍이들 보면 대개 그 두 가지가 잘 되어 있더라구요.
울 꼬실이도 새해 되면 열여섯 살인데요, 아직은 '그냥 아기' 같아요.
어제 잠깐 동물병원에 갔더니 거기 들른 다른 아이도 열네 살, 살도 찌지 않고 이도 튼튼하더라구요.
오래오래 멍이들과 행복하세 사시기를!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8/01/01 01:05
아...그렇군요. 저희집은 어머니도 저도 맘이 너무 약해서 자꾸 고기니 간식이니 많이 먹이고 사람 먹는 거 나눠주고 해서 큰일이에요. 아가들이 이 닦는 걸 너무 싫어해서 가끔 개껌 주고 스케일링 한번 해준 거 빼고는 따로 치아관리를 해준 적도 없고...걱정이에요.
暗雲姬님 댁 꼬실이도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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