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한쪽을 골라야 한다면 저는 기무타쿠입니다. 오다기리 죠가 아니라. 원작 드라마의 팬이기도 해서, 처음에는 <히어로>를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일부러 한국까지 납시었던 김횽 뻘쭘하게스리 빨리도 내렸더군요. 내가 그렇지 뭐 하고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꿩 대신 닭으로 <도쿄타워>를 보러 갔습니다. 얼마 전 명동으로 이사한 스폰지하우스로요. 사실 전 오다기리 죠가 좋은 배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괜찮은 그릇이라고는 생각하죠. 어디에 끼워넣건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리는. 거기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근사한 그림이 되니 그 이상 바라는 건 사치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딱히 대단한 기대는 없이 오다기리 죠의 늘씬한 몸매나 감상해보자고 간 거였어요. 원작 소설이 '히라가나로 쓰인 성서'니 뭐니 극찬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베스트셀러(특히 일본의)를 전혀 믿지 않는 배배 꼬인 성격이기도 하고요. 영화는...생각했던 그대로의 내용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석의 신파였습니다. 사회가 어려우면 반드시 가족 드라마가 히트를 친다고 합니다만(외환위기 때의 베스트셀러 <아버지>처럼) 일본인들도 어머니 옷주름에 얼굴을 묻고 실컷 울고 싶을 만큼 지친 모양이네요. 빈정거리는 건 아니에요. 저도 중반부터 엄청 울었답니다. 특히 제 경우 주인공처럼 어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어머니의 기대에 못 미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그만큼 갚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장면 장면이 무척 아팠어요. 주인공이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흐느끼는 부분에서는 뭐...거의 쪽팔릴 정도로 통곡했다고 밝혀둡니다. 그러나─어김없이 잘난 척해서 죄송합니다만─결국 거기까지예요. 신나게 울고 나와서 "집에 가면 엄마한테 잘해드려야겠어"라며 동행인과 얘기하고, 그러고는 오다기리 죠의 패션과 몸매에 대한 화제로 감상이 마무리됩니다. 원작도 '어버이 살아계실 제 섬기기를 다하여라'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않았을 것 같네요. 다만 한 가지 인상 깊은 부분이라면 마지막 장면, 차라리 홀가분해 보이는 주인공의 표정이었어요. 어머니를 살리려던 그의 노력과 가슴을 찢으며 쏟아진 슬픔은 어쩌면 부모의 죽음을 순환의 필연으로 납득해버리는 자신에 대한 죄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영화는 신파를 '촌스럽지 않게' 다루기 위해 지나치게 조심한 나머지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관객의 눈물을 끌어내는 것은 영화 자체의 힘보다는 관객 저마다의 가슴에 들어 있는 부모의 존재일 테죠. 그렇기 때문에 그 눈물은 극장을 나섬과 동시에 깨끗이 휘발되는 거고요. 가끔 가슴을 축축하게 만드는 좋은 장면이 있었고, 카타르시스라는 점에서도 나름의 임무를 완수한 셈이지만 오다기리 죠의 분홍색 스웨터와 땡땡이 머플러 이상으로 남는 건 없는 서운한 영화였습니다. ![]() ![]() 덧 : 어머니의 유품 상자를 열고 흐느끼는 주인공을 보면서 문득 <가족의 탄생>에 나온 비슷한 장면이 떠올랐어요. 제게는 끝내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했던 선경(공효진)의 히스테릭한 울음 쪽이 더 리얼하게 다가왔습니다. 덧2 : 그러고보니 저는 <가족의 탄생>과 같은 맥락에서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도 좋아해요. 아무래도 어머니-아들과 어머니-딸 사이의 드라마는 다른 식으로 그려지고 이해될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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