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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만드는 것이 일생의 사업인 제게 가장 무서운 형벌은 두 눈을 잃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말년에 장님이 되고서도 구술로 집필을 계속한 보르헤스는 거의 베토벤급 위인이다 싶은데요, 눈이 먼 뒤 그가 쓴(?) 글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나는 장님이 아닌 척, 아직도 책을 사서 서재를 채우고 있다. 일전에 1966년판 브록하우스 백과사전을 선물 받았다. 우리 집에 그 책이 있다는 느낌, 그것은 하나의 행복이었다. 저기에 20여 권의 책이 있다는 느낌, 비록 고딕체 글씨를 읽을 수 없고, 거기에 실린 삽화와 지도는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저기에 책이 있으며, 그 책이 나에게 다정스럽게 손짓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생각하기에 책이란 우리 인간들이 맛볼 수 있는 여러 행복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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