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따맘마>의 작가 케라 에이코의 '적나라한' 신혼 이야기입니다. 케라 에이코는 스물여덟 살 때 한 살 연상인 대학 선배 신지 씨와 결혼. 만화편집자인 남편과는 친구 같은 느낌으로 사귀어왔지만, 신혼은 신혼인지라 첫 보금자리를 꾸리는 아내의 가슴은 마냥 설렙니다. 신혼집 한가운데 커다란 식탁을 놓고 아침이면 귀여운 앞치마 차림으로 남편에게 커피를 따라주며 사랑을 속삭이리라 꿈꾸는 아내. 그러나 남편은 식탁에서는 밥을 먹자마자 드러누울 수 없다며 작은 상 하나만 놓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아내의 달콤한 꿈은 신혼 제1막부터 산산조각 납니다. "결혼생활이란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달콤한 케이크와 작별해야 하듯, 결혼하면 연애와는 안녕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같죠? 길버트 체스터턴은 "합리적인 연인이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고, 오스카 와일드는 "남자는 심심해서 결혼하고 여자는 궁금해서 결혼하지만 결국 둘 다 실망한다"라고 했으며, 이만교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물론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공처럼 "나는 기꺼이 그녀를 연애의 무덤으로 데리고 갈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사나이도 있긴 하지만, 그가 결혼으로 묻어버리려 한 연애는 아내와 다른 남자들의 관계였으니 얘기가 다르고요. 잘난 척하는 선인들처럼 대놓고 환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쨌건 첫 입부터 결혼생활의 맛이 달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에이코 씨. 이후로도 부부는 서로의 어긋난 부분을 맞추기 위해 쉴새없이 삐걱거립니다. 아내는 남편이 음식을 질질 흘리며 먹거나 매사에 뒷정리를 안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은 과자 하나를 먹을 때도 밑에 휴지통을 받치게 하는 아내가 참 이상합니다. 종일 집에서 혼자 일하며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종일 밖에서 부대껴 집에서는 조용히 쉬고 싶은 남편. 어쩌다 기분을 내 꽃이라도 선물하면 대뜸 "비싸잖아!"라는 말부터 돌아오니 그야말로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고밖에. 그러나 이 명랑한 부부는 환상의 껍질이 벗겨진다 해서 현실의 기쁨마저 놓치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습니다. 20여 년 동안 굳어진 개성의 덩어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고칠 건 고치려 노력하며 서로의 영역을 겹쳐가죠. 방금 개발한 시답잖은 농담을 들려줄 때, 계란 프라이가 완벽한 모양으로 익었을 때, 밖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때, 빨랫대에 새들이 잔뜩 앉아 있을 때, 아침에 눈을 뜨니 온 세상이 눈에 덮여 새하얄 때...부부는 함께라서 참 좋다-라고 생각하며 활짝 웃습니다. 물론 앞서 늘어놓은 것 외에도 결혼의 그늘은 구석구석 도사리고 있죠. 남편 친구들이 놀러오면 아내는 접대에 정신이 없는데, 아내 친구들이 놀러오면 남편은 슬쩍 자리를 피해버리는 세간의 풍경을 향해 에이코 씨는 "차별이야!"라고 외치기도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시댁 식구들과의 사이에서 남편이 중간 역할을 제대로 못해 망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요리하는 남편의 옆모습에 가슴 설레고, 작은 장난에도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내는 "결혼, 그래도 해볼 만한 거 아니겠어요?"라며 지저귀는 즐거운 새 같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은 '신혼'이라는 거...그리고 이 뒤로는 <3년째> <7년째>의 속편이 있다는 무서운 사실! 속편을 아직 안 봐서 7년 뒤의 '적나라함'도 이처럼 알콩달콩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상의 작은 빛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두 사람인 만큼 세월의 찌든때에 묻히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들이라면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며 쉰내 나는 염세주의를 토하는 일은 없을 테죠. ...혹 이런 기대도 미혼자의 가녀린 환상인가요? (웃음) 덧 : 그라드가 "예습!"이라면서 빌려준 책입니다. 그런데 이 부부야 천연이지만, 우리 같은 소심자+소심자의 조합에는 통상 3배의 노력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음... 덧 2 : ![]() ![]() 어이쿠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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