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의 (안구가 습해지는) 죽음
고려 때의 천재시인 정지상은 그의 재주를 시기한 김부식과 사이가 나빴다 합니다. 1135년 묘청이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 정지상이 그에 관여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는데도, 김부식은 반란을 진압하러 출병하기 전 내통죄를 뒤집어씌워 정지상부터 죽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김부식이 정지상을 질투하여 죽였다고 수군거렸다는데, 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규보의 『백운소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중 김부식과 학사 정지상은 문장에 있어서 일세에 이름을 나란히 했는데 두 사람이 서로 시기하여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세상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정지상이 “절에서 불경 소리 끝나니/하늘빛 유리처럼 맑구나”(琳宮梵語罷 天色淨琉璃)라는 시를 지었다. 김부식은 그 시가 좋아서 자기가 지은 것으로 하자고 했으나 (정지상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후에 지상은 부식에게 죽음을 당하여 음귀(陰鬼)가 되었다.

그 후 어느 날 부식이 봄을 읊은 시를 지어 “버들 빛은 천 갈래 실, 푸르게 늘어졌고/복사꽃은 만 송이 붉게 피었네”(柳色千絲綠 桃花萬點紅)라 읊었더니, 갑자기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 김부식의 뺨을 때리면서 말하기를 “천 갈래 실과 만 송이 꽃을 누가 세어보았느냐? 어째서 ‘버들 빛은 갈래갈래 푸르고/복사꽃은 송이송이 붉도다’(柳色絲絲綠 桃花點點紅)라 하지 못하느냐?”라고 했다. 부식은 마음으로 좋지 않게 여겼다.

그 뒤에 (부식이) 어떤 절간에 가서 우연히 뒷간에 들어갔는데 정지상의 귀신이 뒤에서 불알을 잡고 묻기를 “너는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왜 얼굴이 붉은가?”라고 했다. 부식이 천천히 말하기를 “양쪽 언덕 단풍이 얼굴에 비쳐 붉으니라”(兩岸丹楓照面紅)라고 했다. 정지상의 귀신은 불알을 바짝 쥐면서 말하기를 “이게 무슨 가죽 주머니냐?”라 하니 부식은 “네 아비 불알은 쇠 주머니냐?”라 하고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정지상의 귀신이 불알을 더욱 힘껏 움켜잡으니 부식은 마침내 뒷간에서 죽고 말았다.


(출처 : 송재소 저 『몸은 곤궁하나 시는 썩지 않네』)
by 루리루리 | 2007/06/11 18:05 |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azalea822.egloos.com/tb/15832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치이나 at 2007/06/11 22:46
하드코어....
Commented by PaleSara at 2007/06/14 00:08
김부식이 무신정벌때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나봅니다;
Commented by 루리루리 at 2007/06/15 21:31
치이나님/ 하드하죠...

PaleSara님/ 무신정변은 김부식 사후 아니었나요(갸웃)
김부식도 김부식이지만 복수하겠다고 뒷간에 쪼그려 앉아(뒤에서 불X을 잡으려면 꽤 묘한 자세가 되지 않나...) 체통이고 뭐고 다 내던진 지상귀신이 더욱 안습입니다.

:         :

:

비공개 덧글